+ 주의 : 확장팩 창천의 이슈가르드(3.0)강력스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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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잦아든 후 오르슈팡은 옆자리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자신의 팔 안에서 고른 소리로 숨을 내뱉고 있는 모험가가 보였다. 살짝 웃음을 띄운 채 그는 모험가의 뺨을 쓰다듬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모험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오르슈팡은 목을 숙이고 모험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는 모험가의 머리를 감싸 안고 그 정수리에 코를 묻었다. 등 뒤쪽에서 모험가의 팔이 자신의 등을 감싸안는 것이 느껴졌다. 간이 화로에서 불꽃이 평화롭게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몰아치는 바깥바람의 날카로운 울음이 대비되어 방 안은 한 층 더 아늑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기뻤던 적은 오랜만이다.”
나긋하게 오르슈팡이 속삭였다.
“그대가 있어서 정말 좋아.”
모험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의 이마에 코를 부비며 그는 아이같이 간절하게 중얼거렸다. 할로네께서 하찮은 내게 자비를 베풀기를 원하신다면, 오늘 밤을 영원히 붙잡아 주시기를. 하지만 그러기엔 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오르슈팡은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나 혼자 차지하기엔 너무나도 귀한 사람이었다. 하룻밤의 요행은 이것으로 되었다. 한 번 더 모험가를 꼭 끌어안고 오르슈팡은 단단히 겹쳤던 팔을 풀었다.
책상, 의자, 침대 할 것 없이 서로의 옷가지가 부산스러이 흩어져 있었다. 그 모양이 눈에 띈 오르슈팡은 사뿐히 모험가의 몸을 넘어 침대가로 다가갔다. 모험가가 입고 들어왔던 망토를 집어든 그는 옷자락을 펼쳐 들고 단추에 새겨진 익숙한 문양을 바라보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창 모양의 문양 세 개. 성도 이슈가르드의 수호신 할로네의 상징.
“맹우는 이슈가르드 양식의 의복도 잘 어울리더군.”
그런 오르슈팡을 지켜보던 모험가가 웃으며 베개에 몸을 기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르슈팡은 잠시 동안 멍하니 단추의 문양을 들여다보았다. 약간의 따뜻한 정적이 흘렀다.
오르슈팡의 다음 반응을 기다리며 모험가는 그를 조용히 관찰했다. 커르다스의 눈밭과 잘 어울리는 하얀 피부가 화로의 불빛을 받고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은빛 검날. 이명처럼 그의 머리카락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은발이었다. 어라, 눈이 무슨 색이었더라?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는 몫은 언제나 그의 것이었기에, 그 시선을 피하느라 바빴던 모험가는 언뜻 그의 눈 색깔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절로 자조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이 사람에게 미안한 게 참 많구나. 상체를 살짝 옆으로 굽히고 모험가는 그의 눈을 보아 두려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어 있었다.
당황스러운 반응에 모험가는 흠칫 놀랐다. 곁눈질로 그 반응을 느낀 오르슈팡이 미안한 듯 웃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 떨어진 의구심이 계속해서 그를 잠식하고 있었다. 모험가가 오늘 처음 이 곳에 떨어졌을 때 함께 찾아온, 가득 들어찬 반가움 속에 숨죽이고 있던 불안감.
“이슈가르드는 외부인에 철저히 문을 닫고 있어. 내가 아는 한 지금까지.”
포르탕 가의 무용을 대변하는 용머리 전진기지의 대장인만큼 오르슈팡은 기본적으로 유능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친구 프란셀의 누명을 정황증거만으로 벗겨낸 그였다. 사건의 핵심을 읽어내는 날카로운 눈.
단추 하나에서 무엇을 읽어낸 걸까.
“그대가 이것을 입고 내게 왔을 때, 정말 한없이 반가웠다. 그러면서도 질투가 나더군. 그대가 이 옷을 얻을 수 있도록 처음 이슈가르드의 문을 열어 준 누군가에게... 그런데, 이 커르다스에서 대체 누가 그랬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오르슈팡이 나직이 중얼거린 말마디에 모험가는 불안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이불 속으로 상체를 숨기는 모험가를 살짝 곁눈질한 오르슈팡은 긴장하지 말라는 듯 다시 미소를 머금었지만, 정작 자신의 손은 옅은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투명하게 푸른 하늘색 눈동자가 망토의 문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맹우여. 내가 아는 한 성도엔 포르탕 가만큼 개방적인 가문이 없어. 하지만 일개 용머리 전진기지의 병사가 이방인에게 저 대심판의 문을 열어줄 만큼 권위가 있진 못하지.”
사실이었다. 아유나르트가의 아들 프란셀이 비록 모험가에게 은혜를 입었다곤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는 보수적인 대심판의 문을 이방인이 열 수는 없을 것이었다. 완고한 쇄국 정책을 고집하는 이슈가르드에 입성하려면 적어도 성도 내 유력한 가문에게 직접 초대라도 받아야 할 터.
“나라면 모를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장 자신이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의 맹우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던가. 열두 신의 빛을 넘어, 행성 하이델린의 가호를 받는다는 자. 도저히 해내지 못할 일도 결국 해내고야 마는 경이로운 힘을 지닌 자였다.
오르슈팡은 아까의 연회에서 망설임 없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던 맹우가 떠올랐다. 불과 며칠 전 떠나기 직전에 던졌던 똑같은 제안에서는 손사래치며 도망쳤던 모험가가 생각났다.
포도주 향을 머금고 끄덕이던, 오래 기다린 고백을 들은 듯한 저녁의 부드러운 미소가, 생각났다.
“빛의 전사는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지.”
모험가는 황급히 그의 말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오르슈팡이 조금 더 빨랐다.
자신의 어께를 부여잡은 모험가의 손을 그러쥐며 그는 모험가의 눈을 쳐다보았다. 모험가는 감히 그 맑은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죽게 되는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뱉기도 전에 눈물이 떨어졌다.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턱을 바르르 떨며 울음을 삼키는 모험가에게서 그는 자신이 옳게 추측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직하게 한숨을 쉬고 오르슈팡은 모험가의 어께를 껴안았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모험가는 발악하듯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따뜻한 사람, 지금도 생생하게 움직이는 이 단단한 사람이, 불과 얼마 뒤에 한낱 나 때문에 스러질 것이다...
오히려 모험가를 토닥이며 오르슈팡은 상대를 달랬다. 그러면서 그는 고향을 생각했다. 내 고향 이슈가르드에 폭풍이 몰아치는 거구나. 미처 오지 않은 미래가 불안해 그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
“하나만 물어도 되겠는가.”
모험가의 울음이 잦아들자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차마 다 떨구지 못한 눈물을 머금고 모험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절망적인 자신의 미래를 마주했는데, 겉으로 보이는 그의 표정은 오히려 평안하리만치 담담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아 모험가는 눈물을 삼켰다. 오르슈팡이 그런 모험가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가르쳐 줄 수 있나?”
그런 오르슈팡의 모습에 모험가는 역시 그가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하이델린에게 화풀이 하듯 따졌을 때 돌아왔던 대답이 떠올랐다. 운명의 주인공들... 모험가는 하이델린이 허락했던 한 마디를 비로소 써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모험가가 입술을 달싹였다.
“나를 대신해서... 나를 지켜내고, 기사답게 의연하게...”
어려운 한 마디였다. 모험가는 최대한 그에게 안타까움과 감사와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욱여넣기에 그것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파 목소리가 떨렸다.
“미안해...”
안타깝고 안타까운 마음이 커르다스 하늘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에게 전달할 만한 방법이 너무나도 작은 단어로 축약되어 모험가는 도리질을 쳤다. 몸 좀 사리고, 적당히 피해다니고, 아무데나 따라다니지 말라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좀 참고. 자기가 안 해도 되는 것은 적당히 미루라고.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맘껏 부려먹어서 너의 안위를 좀 도모해 보라고. 그래야 내가 이 곳에 언제든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당신이 마련해 준 보금자리인 눈의 집에. 당신이 있는 용머리 전진기지에... 이 말이 한 마디로 좁혀지지 않아 모험가는 도리 없이 의미만 가득한 미안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나 대신 나이츠 오브 라운드의 창을 맞고도 그 고통 속에서 나보고 웃어달라고 하던 사람. 하이델린의 힘으로 다시금 오르슈팡의 생기 있는 얼굴을 마주하자, 앞뒤 살피지도 않고 돌진했던 자신의 무방비한 행동이 너무나도 후회되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도망가는 교황을 그냥 놓아 주고 안전하게 다음을 도모할 것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떨구는 모험가의 뺨이 따뜻해졌다. 오르슈팡이 모험가의 얼굴에 손을 얹고 있었다. 모험가와 눈이 마주친 그가 잔잔하게 미소짓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긴장, 절망, 슬픔 따위의 감정이 전혀 아니었다. 환하게 휘어진 눈꼬리가 모험가 앞에 떠올랐다.
환희요, 기쁨이었다.
“더할 나위 없는 마지막이 아닌가?”
진심으로 그러하다는 오르슈팡의 말투에 오히려 모험가가 깜짝 놀랐다. 당신 죽는다니까? 딴 사람도 아니고 나 때문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모험가가 우두커니 있자, 오르슈팡이 모험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똑바로 마주친 두 눈동자에서 모험가는 그가 정말로 가슴 벅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대가 이슈가르드로 향했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위협을 당했다는 것은 그 곳에도 위기가 닥쳐왔다는 말이겠지. 언제나 문제가 있는 곳에 맹우가 해결사로 있어 왔지 않나.”
천진하게 미소 지으며 그가 건넨 말이었다. 오르슈팡은 모험가의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여전히 미소를 한 모금 머금고 그가 말을 이었다. 나직한 그의 목소리가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내가 검을 배운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서야. 어머니를 위해서, 또 나를 받아 주신 아버지를 위해서. 내게 손 내밀어 준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가득한 내 고향 성도 이슈가르드를 위해서.”
이슈가르드는 재해 전 생명이 태동하는 온화한 기후였었다고 들었다. 팔딱이는 강인한 생명을 사랑하는 그였다. 눈으로 뒤덮여 버렸지만 그는 고향의 활기를 누구보다 다양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신뢰를 보내는 그의 태도에서, 모험가는 푸르렀을 이슈가르드의 따뜻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고향의 비극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그는 오로지 영광을 가득 안고 달려나가는 혼이었다. 소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기사였다.
"커르다스 전체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울 때 그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나의 맹우가 되어 주었지. 신기할 정도로 모든 것이 정리되더군. 네 개인의 이익에는 하등 소용 없는 문제들에도 너는 기꺼이 도와주었지. 내가 보내 준 신뢰를 이렇게 순수하게 돌려 준 그대에게 한없이 감사한다. 빛의 전사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없어도 나는 그대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어. 그러므로."
이슈가르드의 긍지 높은 기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최후를 누릴 권리는 모든 기사들이 바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자신과 가문의 영달을 위해 그리할 것이고, 누군가는 재물을 위하려 그리할 것이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그리할 것이었다. 나는 어느 쪽인가? 오게 될 자신의 미래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대답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고향을 위하여 이한 몸을 던지는 것이라면 전혀 두렵지 않다. 하물며 나의 맹우, 나의... 이 사람과 함께였다면.
오르슈팡은 모험가의 손등에 입술을 갖다댔다.
“그대를 지키는 것이 곧 사랑하는 나의 이슈가르드를 지키는 길이다.”
끝없는 창천에 안겨 있는 이슈가르드를 위하여. 그리고, 오직 맹우를 위하여.
다시 눈물이 글썽해지는 모험가를 품에 안고 오르슈팡은 나직이 한 마디를 더 속삭였다. 그러니 원망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도 않아. 할로네께서 마련하신 나의 역할이 이런 것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바라 온 것이니까. 그러니까 나 때문에 울지 말기를.
행여 너무 가볍게 위로를 건네는 것일까 봐 오르슈팡은 한 음절씩 힘을 주어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일머리가 없지 않은 주제에 사람을 너무 철썩같이 믿는 그의 모습이 모험가는 안타깝도록 고마웠다.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한 오르슈팡의 말에 마음이 위안받는 것을 느끼며 모험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늘 밤은 정말, 정말로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해가 중천이 되도록 그들은 깊이 잤다. 어느덧 작게 난 창으로 말간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날씨가 풀렸는지 창문에 새하얗게 얼어 있던 서리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창 격자마다 두툼하게 쌓인 눈뭉치들이 평화로이 햇빛에 빛나고 있었다.
모험가가 깰까 봐 살그머니 일어난 오르슈팡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그림자로 시간을 가늠했다. 열두 시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아무도 깨우러 오지 않다니, 아무래도 전진기지의 병사들에게 제대로 쐐기를 찍어 버린 모양이었다.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허리를 굽혀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르슈팡.”
침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이런, 너무 부스럭거린 걸까? 그것보다, 모험가가 이런 식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 준 적이 없었기에 새삼 놀라며 오르슈팡은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모험가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모험가의 몸 주위로 빛무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마워.”
새삼스레 무엇이. 싱글거리며 받아치면서도 오르슈팡은 모험가가 이제 떠날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대가로 다가간 그는 마지막으로 모험가의 볼에 손을 갖다댔다. 따뜻했다. 피부에서 하얗게 빛을 발하는 모험가의 얼굴에서, 웃는 표정이 또렷이 보였다.
“내가 오만했구나. 너에게도 너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세상에서 너무 띄워 주다 보니 건방져져서 사람들이 전부 내 이야기의 들러리로 보이고 말았지 뭐야. 정말 미안해.”
침대에 얹은 오르슈팡의 손에 모험가가 자신의 손을 얹었다. 이 촉감을 영원히 기억해 두려는 듯, 모험가는 그의 손을 부드럽게 그러쥐었다. 그리고는 그의 상기된 뺨에 함께 손을 얹었다.
“당신은 정말 멋진 기사야. 당신을 알았었다는 게 정말 영광이다.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거야.”
“뭘, 이 정도로.”
기쁨과 섭섭함이 동시에 몰려와 코 끝이 시큰거렸다. 자신이 반 장난으로 졸랐던 말을 끝까지 기억해 주고, 급기야 하이델린의 힘으로 제일 먼저 자신에게 날아 올 생각을 했을 그에게 오르슈팡은 한없는 감사를 느꼈다.
“나의 영웅을 위하여.”
모험가가 자신의 뺨에 갖다댄 손을 함께 잡고, 오르슈팡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볼에 닿던 따뜻한 기운이 사라지자 그는 눈을 다시 떴다. 거칠게 깎아낸 회색 돌벽이 보였다. 모험가는 사라지고, 방금까지 맞잡았던 손의 온기만 남아 그의 뺨을 발갛게 물들였다. 어지럽게 구겨진 침대보만이 간 밤 두 사람이 함께 했음을 수줍게 보여 주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오르슈팡은 침대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온기와 체취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는 가슴이 뛰었다. 크게 숨을 흡-들이키고는, 오르슈팡은 남은 체취를 자신의 폐에 가두려는 듯 숨을 멈추고 옅게 눈을 떴다.
“아침은 먹고 갈 것을.”
공허한 한 마디를 내뱉으며 그는 모험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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